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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티슈는 ‘물+티슈’가 아니었더라

백합7 2016. 10. 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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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티슈는 ‘물+티슈’가 아니었더라

 

물티슈는 ‘물+티슈’가 아니었더라

물티슈는 흔하다. 웬만한 식당은 주문 전에 물티슈부터 척 내놓는다. 예전에는 빨아 쓰는 것을 주는 곳이 제법 있었지만 요즘은 일회용이 대세다. 찻집도 차를 내주며 물티슈를 주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도 준다. 길거리 전단에도 심심치 않게 붙어 있다. 얼굴도 닦고 손도 닦고 얼룩도 먼지도 이걸로 닦아내면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있으면 쓰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도 많겠지만 아이 키우는 집에선 아니다. 천기저귀 빨아 쓰는 집을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물티슈를 안 쓰는 집도 찾기 힘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 있는 집에 물티슈는 필수품. 구강용, 손발용, 청소용, 용변용 등 용도별로 여러 종류를 갖춰놓고 쓰는 집도 있다. 연신 묻히고 싸는 아이들 집에선 물티슈 뽑는 손이 바쁘다.

아이 있는 집에 필수품이라니 물티슈가 뉴스에 오르내리면 부모들 심장도 같이 철렁거린다. 몇 달 전, 물티슈에 사용된 방부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성분임을 알리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정부의 1차 피해접수와 지원 결과 사망자만 75명에 달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그 중 영유아 사망자가 36명에 이르렀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는 6백 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낸 성분은 도배풀, 페인트에도 사용되는 화학 방부제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으로 폐 손상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성분이 물티슈에도 들어있다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CMIT와 MIT가 들어 있지 않은 물티슈를 골라놓고 이제 괜찮으려니 한숨 돌리니 이번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Cetrimonium Bromide)’라는 것이 문제란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브로민화 세트리모늄)는 양이온성의 계면 활성제로 세균이나 진균류에 효과적인 살균제이자 정전기 방지제, 유연제로 헤어 컨디셔너 등에 이용된다.

시사저널이 지난 2014년 8월 30일 인터넷판 기사로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가 시중 유통 중인 물티슈 40여 개 제품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의 방부제를 써온 물티슈 업계가 전 성분 표시제를 앞두고 찾은 대안인데, 더 독한 물질을 골랐다는 것이 기사의 내용. 해당 기사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독성 정보 제공 시스템에 등록된 유해 화학 물질이며 ‘100mg 경구 섭취로 심장 정지가 발생했다.’라는 등 여러 사례를 들어 위험성을 경고했다.

업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성분은 샴푸, 린스 등의 세정제와 화장품 등에 계면 활성제, 방부제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 환경연구단체(Environmental Working Group, EWG)가 운영하는 화장품 데이터베이스 스킨딥(www.ewg.org/skindeep)에 따르면 위험 점수는 3점으로 중위험 분류해 심각한 위험 물질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시사저널 측은 다시 반박 기사를 냈다. 업체 측이 국내 화장품법에 따라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 0.1% 이하는 화장품 방부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이 성분이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특정 성분을 화장품에서 썼다고 다른 제품에 써도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상의 육아 커뮤니티와 물티슈 업체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이니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니 발음도 하기 힘든 전문 용어들 사이에서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의 유해성 논란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며, 이 성분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덧붙였다.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녹는점과 끓는점이 237~243℃로 높아 호흡기로는 거의 흡수되지 않으며, 소화기 흡수 실험에서는 투입 3일 후 92%가 대변으로 배출되고 소변에서는 1%가 배출돼 위와 장을 통합 흡수는 매우 적었고 피부를 통해 서서히 흡수된다고 밝혔다.

알려진 독성은 안구와 피부의 자극과 손상으로 발암성, 변이 원성, 생식 독성, 신경 독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호흡근육 마비로 죽은 동물 실험 사례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를 복강 내 투여하거나 정맥에 주사한 경우였다. 임상혁 소장은 이런 근거를 들어 화장품이나 세정제와 같이 피부에 바르거나 피부에 사용한 뒤 닦아내는 방식으로 쓸 때는 기사에서 말한 것과 같이 심각한 유해 물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쉽게도 이 성분이 ‘물티슈’라는 상품에서 유해한지, 어느 정도 함유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아직 없다. 물티슈를 사용하는 용도나 횟수가 사람마다 다를 테니 지금까지의 사례들만 놓고 안전하다 위험하다를 함부로 말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물티슈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 함량에 대한 규제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물티슈를 공산품으로 다뤄 왔는데, 이런 논란을 거치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앞으로 아기 물티슈를 화장품으로 관리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물품을 사다 쓰는 입장에서는 상품에 붙은 상세정보는 그저 암호문이다. 깨알 같이 적힌 성분표 눈이 빠져라 보고, 성분을 하나하나 검색해 봐도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폴리소르베이트, 부틸렌글라이콜, 크림바졸, 세틸피리디늄클로라이드, 에칠헥실글리세린, 디프로필렌글라이콜, 소르비탄이소스테아레이트, 시트릭애씨드….길고 긴 암호문을 읽다보면 문득 깨닫게 되는 당연한 사실이 있다.

물티슈는 그저 물기가 있는 수건이 아니라는 사실. 물티슈라는 잘 지은 상품명 때문에 잊고 있지만 물티슈는 어떤 종류이든 방부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방부제 성분이 전혀 없다면 물 묻는 티슈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곰팡이로 뒤덮인다. 뜨거운 방바닥에 한 달을 둔 물티슈가 여전히 새것처럼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건 제품을 의심해 봐야 할 일이다. 먹다 남긴 식빵이 30일이 지나도록 멀쩡하다면 누구라도 의혹을 품는 것처럼. 지나치게 안심하고 물+티슈라는 생각으로 써왔다면, 홍보용 문구가 아니라 성분표를 확인해 볼 일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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