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와 좋은글

가을입니다 / 김재진

백합7 2006. 9. 28. 13:25



가을입니다 / 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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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얼굴 / 유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