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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편지 ㅡ 내 삶에 따스한 위안을 주는 그대에게

백합7 2012. 5. 26. 18:26

 

당신은 일년에 몇 통의 편지를 보내는지요?

그리고 자신이 받아보는 편지는 몇 통쯤 되는지요?

그립고 보고 싶던 사람으로부터

어는 날 날아온 한 장의 편지로 인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듯

어쩔 줄 몰라 하던 날은 없었는지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대'라고 쓰여진 편지를 말입니다.

거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저 안부만 물었을 뿐인 편지를 받고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따스한 마음이 거기에 묻어나서일 것입니다.

 

깊은 밤,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대에게 건너가지 못할 사연들,

어쩌면 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고백들이

절망의 높이만큼이나 쌓여 갑니다.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여, 아무리 불러도 지겹지 않은 이름이여,

나는 이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이 닿는 곳마다 그대는 새벽 안개처럼 피어오르니

나는 조용히 눈을 감을 뿐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선명한 그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 쪽을 떼어 보낸다는 뜻입니다.

그대에게 닿을지 안 닿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날마다 나는 내 마음을 보내느라 피흘립니다.

밤새 그대 이름만 꺼적이다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는 까닭은

이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이제 그만 들키고 싶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날마다 상처투성이가 되는 내 마음을......  .

 

작가 체호프를 사랑했던 아뷔르 부인이 기차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기차가 체호프의 집 앞을 지나게 되자 그녀는 불현듯

그가 그리워졌습니다.

가까운 역에 다다르자 부인은 간단한 편지를 써서

심부름 꾼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여 은전 한 닢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받아든 체호프는 편지 사연을 읽으려고 애써 보았으나

심부름꾼의 손 때와 땀에 젖어버려서

겨우 아뷔로란 서명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심부름 꾼이 대가로 받았던 은 전 한 닢을 내놓으려고 하자

체호프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럴 필요없네. 그녀의 이름만 보아도 충분하니까."

오늘 밤은 잠시 전화기를 밀어내고 엽서라도

한 장 써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 삶에 따스한 위안을 주는 그대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말입니다.

           

 - 좋은글 (중에서) -

 


               

 

출처 : 커피향기속의40-50
글쓴이 : 담소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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