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아이스께끼
어느 해 6월 6일
형은 국민학교 2학년 난 1학년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순국선열이라는 사람이 나라를 위해
엄청나게 싸우시다가 돌아가셔서
그 사람 제삿날로 정한 날
바로 "현충일"이었기에...
우리 집은 아빠가 동네에서
제일 높은 동장이시고...
그 시절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하우스를 만들고
닭을 키우는 양계장을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볼 일을 보러 가시고
엄마는 닭 모이 주시느라고
양계장 안으로 들어가셔서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형과 나는 앞마당 처마 밑에서
땅 따먹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깨진 사금파리 조각으로 땅에 선을 그어가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땅뻄을 재고...
6월이지만 무척 더웠습니다...
어디선가 귀가 탁 트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스께끼 어름과자" 동네 형 목소리였습니다.
우리는 얼른 대문을 열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옆집 경렬이 형이었다...
찢어진 반바지에 파란 아이스케끼통을 둘러메고
머리에는 모자를 꽉 눌러쓰고 고무신 질질 끌면서
부르짖는 소리... "아이스께끼 어름과자"
눈이 확티었고, 침이 넘어가고
갈증이 심하게 났습니다.
께끼통에 있는 얼음이라도 조금만 주면 좋은데....
경렬이 형이 우릴보고 앞으로 왔습니다...
"먹고싶지?"
형과 나는 동시에 끄덕끄덕하며
"응"
다시 경렬이 형이
"주까?"
"돈 없는디....."
"가만 있어봐...
야! 느그집 지금 누구있냐? 니 아버지 없지?"
"아빠는 아까 나가셨고 엄마는 지금 저쪽 양계장에 있어.."
"야, 그럼 니기들 하드주께 내말 잘들어?
지금 요쪽 양계장에 들어가서
달걀 되는데로 가져와 그럼 하드주께....."
"진짜로?"
"야 시끼야, 내가 거짓말 허겄냐?"
"알았어! 경렬이 형, 조금만 있어봐..."
난 우리형에게 다가가서
"형, 우리 달걀 갖고오자?"
"엄마가 알면 혼난디.."
형과 나는 엄마가 없는 양계장 쪽으로 가서
닥치는 대로 달걀을 주머니에 넣고
조심조심 나와서 경렬이 형한테 달걀을 주었습니다.
가져다 준 달걀이 무려 열 개가 넘었는데
하드 두 개를 형하고 나한테 하나씩 쥐어주고
경렬이 형은 죽어라 도망갔습니다.
"형! 진짜 맛있겠다...우리 아껴서 먹자"
"그래, 이것은 깨물어 먹으면 안되고
빨아서 먹어야 돼, 알았지"
"응"
형과 나는 하드를 한 번씩 핥았습니다.
진짜, 딱 한 번씩 핥았습니다.
정말 시원하고 달고 뭐라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역전에서 사이렌이 불었습니다.
어제 학교 선생님이
"내일 학교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 역전에서 사이렌이 불면
순국선열을 위해 눈을 감고
사이렌 소리가 끝날 때까지
묵념을 해야 한다, 알았지?"
그 생각이 나서
"형, 우리 눈 감고 고개 숙여야 돼, 얼른"
"나도 알아"
우리 형제는 너무 착한 학생이었죠.
형과 나는 하드를 든 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에 들어갔습니다
왜 그렇게 사이렌 소리는 긴지...
형 목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내 손은 뭔지 모르게 시원하고...
끝났다...
그 긴 사이렌 소리는 끝이 나고
눈을 뜬 우리 형제는 얼굴이 굳어 버렸습니다
두 사람이 들고 있던 하드는 온데간데 없고
기다란 막대기만...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은 하드였는데
아까워서 딱 한 번 혓바닥으로 핥기만 했는데...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처마밑에 앉아서
남겨진 하드 막대기만 빨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우리 형제...
그 시절 하드 통도 조잡했지만
그 먼 역전에서 우리 집 있는 곳까지 오면
하드가 거의 다 녹고 말 정도였습니다.
간신히 붙어있던 하드는 고개 숙여
거룩한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을때
녹아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거죠...
그렇게 먹고 싶었던 하드는
혓바닥으로 단 한 번 맛보고
땅바닥에 물만 남기고 막대기만 덩그러니.....
2005년 그 옛날을 생각하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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