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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2월을 맞으며

백합7 2005. 11. 27. 10:17
      12월을 맞으며 藝堂/趙鮮允 한생을 다하면서도 오색의 찬란한 빛갈로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져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도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살다가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한다 푸르던 잎들이 낙엽으로 변해 하나 둘 떨어지더니 갈대와 억새 풀들이 계곡을 스치는 바람에 떨고 있고 바위에 부딪치는 계곡물 소리만 가득하여 쓸쓸한 정경을 더해 주는 겨울의 문턱 새벽 창문을 열고 산뜻하게 들어 오는 한기와 함께 신선하게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히 호흡하며 짙게 내린 어둠을 털어내고 뿌옇게 밝아오는 여명속에서 오늘도 예외없이 도시는 부시시 찬란한 희망을 열고 있다. 한 생애를 노래하며 뜨겁게 뜨겁게 잎과 꽃을 피우더니 이젠 꽃도 싱그럽던 푸른 잎새도 보이지 않는다. 고운 파스텔톤으로 물들이던 잎들이 차츰 갈색톤으로 물들며 쉬임없이 땅으로 땅으로 떨어져 내리더니 다시 뿌리로 돌아가고 있다. 아직 미처 떠나지 못하고 한 잎 달려 있는 낙엽이 이 계절의 길목에서 쓸쓸하기보다 외롭다기보다 고독하기 보다 차라리 천연한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비로소 꽃과 잎들을 보내고 난 다음 발치에 떨어져 있는 허상의 옷을 내려다 보며 고요한 긴 침묵의 세계에 잠겨 인내하는 나무의 의연함.. 가릴것도 숨길것도 없는 본래의 선한 모습.. 그동안 난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허둥대면 살았던 내 마음에 오늘은 작은 여유를 찾아서 고운 낙엽 한 잎 주워서 책갈피에 정갈하게 끼우는 추억이라도 간직 하며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며 쓸쓸해 하기 보다는 차라리 추억과 낭만으로 한 계절 보내고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은 침묵하며 인내하는 나무처럼 의연하게, 천연하게, 맞이하고 싶다


 
출처 : 블로그 > 藝堂 文學 書齋 | 글쓴이 : 예당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