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미소가 머무는 하얀밤에
藝堂/趙鮮允
요즘같이 하얀 눈이 내린 날에는
창문 이쁜 아늑한 찻집에서
천천히 香 은은한 차를 마시며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고
벗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또는 세상살이에 마음은 지쳤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 도란도란 하다보면
가슴이 따듯해져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수다스럽지 않아서
더러는 할 말이 없는듯 말문이 막혀서
마치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창 밖을 내다볼지도 모르지만
따듯하고 아늑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겨울 풍경을
우리는 아마 마음으로 보고 있겠지요
아마...그럴 것 같군요.
짧은 겨울 볕 고마워하는 나무들 눈에 띄고
더운 김 퐁퐁 내뱉으며 완강한 속도로 질주하는
날씬한 승용차 안의 사람들보다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총총 걸음 마음이 급한 사람들이나
길거리 좌판에서 하루치의 삶을 버는 이들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올 테니까
아마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겝니다.
둘이면서도 혼자인 듯
그렇게 마음으로 겨울 삽화를 그리다가
문득 생각난 듯 고개 돌리다 눈이 마주치면
우리는 멋적은 미소 둥그렇게 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동시에 얕은 한숨 가만히 내쉬고는
서로의 눈빛을 읽을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살아낸 세월 만큼 삶을 익혀서
소설 같은 남의 삶도 웬만큼은 읽어내는 나이니까
서로의 마음도 잘 보일 거라 믿어지는군요.
그래요 삶은 때때로 춥지요.
말할 수 없이 쓸쓸해져 허기도 느끼구요.
허나 나잇값 하느라 쉽게 주저앉지도 못 하고
마음 편히 눈물 보일 데도 마땅찮습니다.
둥그런 마음을 내보여 주면
네모나 혹은 세모로 보여지기도 하고
따듯한 溫氣 그리워서 손 내밀면
가슴 가득 시린 바람만 담기기도 합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십시오.
겨울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손이 조금 더 따스한 사람이
차가운 손 잡아 따듯하게 녹여 줄 수 있고
조금 더 따듯한 가슴은
차갑고 시린 가슴 조금만 다독여주면
금방 훈훈해지거든요.
그래서 사람은 서로 기대어야 하고
서로 눈 마주쳐야 하는 모양입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혹여 곤한 꿈 들었다가 새벽잠을 깨거든
동쪽 하늘을 바라보시지 않을래요
거기 별 하나 말갛게 떠 있을 겝니다.
밤 새워 그대 창가를 지킨
추운 별 하나 맑게 떠 있을 테니
한번 환하게 웃어보세요.
환하게...잠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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