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추억
글 /藝堂/ 趙鮮允
아침에 창으로 밝아오는 아침햇살 속으로
밤새 소리없이 소복히 쌓인 눈을 맞는 날이면
야 눈이다!
일어나 문을 열면 온통 눈 덮인 세상이
황홀 하도록 눈이 부셔
감탄의 탄성이 절로 나왔지요.
눈 위에 아무도 가지않은
두 개의 내 발자국을 남기며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걸어가던 그 기분
처마 밑 길게 자란 고드름
나무가지마다 휘어지도록
눈이 쌓인 설경은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였지요.
눈이 내린 아침햇살은 유난히 눈이 부시고
눈으로 덮힌 새하얀 세상이
온통 보석처럼 빛이 났지요.
하얀 세상을 유난히도 좋아했어요.
넓은 마당에 내린 눈을 커다랗게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어 마당 한가운데 세워놓고
숯으로 눈과 입과 코를 붙이고 모자를 씌웠지요.
햇볕이 챙하게 비치는 한낮에
녹아내리는 눈사람을 동심은 안타까워했었지요.
고추를 삭혀 만든 시원한 동치미와
빨갛게 담아놓은 겨울김치를 보시기에 반듯하게 썰어담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아침상을 준비하시는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아궁이 장작 불을 끌어내여
석쇠에 김을 정성껏 구우시고
우리들이 살던 고향의 냄새 바로 그것이었죠
오늘 눈이 내린 아침은 유난히 춥군요
마음이 싸아하도록 신선하게
겨울을 실감나게 느끼게 하는 날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정서가 너무 없어
많이 안타깝기도 하지요
어쩜 그때의 가난하던 시절의 세월이
마음은 한결 부자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득 떠오르는 단순한 마음 하나
이렇게 먼 기억 속에서 그려보는 아침입니다.
요즘은 옛날이 그리워 멍하니 시간 여행 속으로
나 자신을 던져 회한에 젖기도 하고
하얀추억 하나씩 이렇게 건져 올려보는
저물어가는 한 해의 막바지에
허전한 생각의 날개라도 자유롭게 펼치며
세상의 이야기를 채우려는 아우성인가 봅니다.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게 느껴진다지요
부쩍 요즘은 어릴 때의 하얀세상이 그리워지는군요.
왜그리도 많이 추웠던지요.
손이 곱아서 학교에서 글씨를 못쓰던 시절
교실 한가운데 장작불이 타던 따스한 난로 위에
도시락 타던 냄새가 지금도 나는 듯 하네요.
앉아서 얼은 손을 부비며 몸을 녹히던
올망졸망한 친구들은 지금쯤은
하얀 세월의 면류관을 쓰고
주름진 얼굴로 그 옛날을 떠올리며 나처럼
지그시 혼자서 미소를 짓고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님 지난 날의 겨울생각 나시지요.
썰매타던 그 옛날의 하얀추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