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와 좋은글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백합7 2006. 6. 9. 22:14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 해 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좋은시 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꽃 / 이외수  (0) 2006.06.10
바람같이 살려네 / 최영희  (0) 2006.06.09
아름다운 삶 / 김영애  (0) 2006.05.28
유월 숲에는 / 이해인  (0) 2006.05.28
나이들면 인생은 비슷비슷 합니다.  (0) 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