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와 좋은글

추억을 가지러 가는 동안 / 이효녕

백합7 2007. 3. 29. 14:07

      
       추억을 가지러 가는 동안
      이효녕 
      어느 날 문득 잃어버린 추억 가져 오려고 
      새벽 달빛에 흩어진 꿈을 줍는다  
      텅 빈 방안에 그리움의 발아(發芽)  
      벽들도 칸을 걷어 투명한 유리만 남긴다   
      추억을 가지러 다니던 
      건너편 거리는 밥을 지새운 바람이 불고  
      목련나무 가지에 핀 꽃이  
      머리에 하얀 핀들을 꽂는다  
      사랑이 아름다울수록  
      밤하늘 별들이 추억을 쏟아내지만  
      담을수록 목련꽃 송이에 피는 한숨 같은 것
      만나는 시간은 밤새도록 술렁이고  
      한잔 술로 붉어진 가슴에서 발효되는 추억  
      지난 시간 아름다워 더는 담을 수 없지
      마음속 깊이 그리움 쌓여 
      맑게 닦인 거울로 들여다보지만  
      즐거워하다가 생긴 낙태한 사랑 
      중년의 거리를 좁히며 거니는 저녁  
      아름다운 추억은 어디든 버릴 데 없어 
      추억을 밥 새워 말리는 밤 
      별들은 찾아와 가슴에 무늬를 새겼다 
      추억은 다시 나를 만나러 오겠지만 
      그리움은 사랑의 추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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