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와 좋은글

[스크랩] 봄바람

백합7 2016. 3. 31. 21:40

만물이 소생하는 봄

고목이라 한들 어찌 물이 오르지 않겠는가


서울 한복판 종로 네거리의

나뭇가지도 푸릇


탑골공원 벤치에 기대앉은

늙은이의 가슴도 푸릇


철 만난 꽃은 연달아 피어 대고

꽃 찾는 벌 나빈 수시로 꽃밭을 넘나드는데


종일 하릴없이

아지랑이만 갖고 놀다가


부질없는 일장춘몽 나비 꿈이 팔랑

눈길이 무거워 스르르 감기는데


어디선가 한 줄기

회리바람 불어오고


개미허리 낭창이는

묘령의 처자 짧은 치맛단 사이


살랑 드리위지는

피안의 깊은 골


게슴츠레한 가자미눈 화들짝 벌어지고

절로 툭 터지는 득도(得道)의 언어


야!

바람 분다 야


봄바람

오지게 분다 야.

.

.

.

 

사진: paulus님
출처 : 바람 한 자락 부여잡고
글쓴이 : 마파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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