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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머니 발톱을 깎으며/유강희

백합7 2017. 6. 8. 00:44

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유강희

 


햇빛도 뱃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기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이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 원 주고 산 아이들 로봇 신발
구멍 난 그걸 아직도 싣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해지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툭, 툭, 튀어 멀리 날아갈 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밥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 삼킨 날들 생각하면

 

 

 

-현장비평가가 뽑은『올해의 좋은시』(현대문학, 2009)






출처 : 너에게 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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