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유강희
햇빛도 뱃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기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이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 원 주고 산 아이들 로봇 신발
구멍 난 그걸 아직도 싣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해지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툭, 툭, 튀어 멀리 날아갈 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밥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 삼킨 날들 생각하면
-현장비평가가 뽑은『올해의 좋은시』(현대문학, 2009)
출처 : 너에게 편지를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홀로 피는 꽃 / 신광진 (0) | 2017.07.10 |
---|---|
[스크랩] 고향 정자나무 곁에는 여름 밤이면 별이 쏟아진다 (0) | 2017.06.21 |
[스크랩] [ 백곰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0) | 2017.05.09 |
[스크랩] 금가락지 (0) | 2017.05.04 |
[스크랩] 그대 가슴에 머물고 싶다 (0) | 2017.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