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스크랩] 외할머니의 얼레빗

백합7 2005. 7. 10. 17:07


 

 

          ㅡ 외할머니의 얼레빗 ㅡ

 

장이 서는 날이면

횃대의 닭이 울리기도 전

봉창문으로 슬그머니 어둠이 걷히던 때

외할머니는 침침한 호롱불 아래

얼레빗으로 머리를 곱게 빗었다.

 

천장의 장방형 낡은 무늬 벽지에 

외할머니 머리 빗던 모습이 독수리 그림자 마냥 어룽였고

부시시 게으른 눈 부비며 게슴츠레 눈 뜨던 어린 시절

그 날마다 새벽은 장에 나갈 준비하느라 머슴아재들도 부산을 떨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

해거름녘 당산나무 아래서

먼발치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흙먼지 일던 농롯길만 바라보며

행여나 외할머니 모습 비칠까 늦도록 기다리던 날도 있었다.

 

외할머니 모시손수건에 싸여진 장날의 왕사탕이 그리웠고,

외할머니를 기다리던 내 손아귀에는 얼레빗이 숨겨져 있었다.

 

                             ㅡ 미루 ㅡ 


 
가져온 곳: [바람불어 좋은 날]  글쓴이: 김미루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