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외할머니의 얼레빗 ㅡ 장이 서는 날이면횃대의 닭이 울리기도 전봉창문으로 슬그머니 어둠이 걷히던 때 외할머니는 침침한 호롱불 아래얼레빗으로 머리를 곱게 빗었다. 천장의 장방형 낡은 무늬 벽지에 외할머니 머리 빗던 모습이 독수리 그림자 마냥 어룽였고부시시 게으른 눈 부비며 게슴츠레 눈 뜨던 어린 시절그 날마다 새벽은 장에 나갈 준비하느라 머슴아재들도 부산을 떨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해거름녘 당산나무 아래서먼발치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흙먼지 일던 농롯길만 바라보며행여나 외할머니 모습 비칠까 늦도록 기다리던 날도 있었다. 외할머니 모시손수건에 싸여진 장날의 왕사탕이 그리웠고,외할머니를 기다리던 내 손아귀에는 얼레빗이 숨겨져 있었다. ㅡ 미루 ㅡ 가져온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