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47

[스크랩] 외할머니의 얼레빗

ㅡ 외할머니의 얼레빗 ㅡ 장이 서는 날이면횃대의 닭이 울리기도 전봉창문으로 슬그머니 어둠이 걷히던 때 외할머니는 침침한 호롱불 아래얼레빗으로 머리를 곱게 빗었다. 천장의 장방형 낡은 무늬 벽지에  외할머니 머리 빗던 모습이 독수리 그림자 마냥 어룽였고부시시 게으른 눈 부비며 게슴츠레 눈 뜨던 어린 시절그 날마다 새벽은 장에 나갈 준비하느라 머슴아재들도 부산을 떨었다. 장이 서는 날이면해거름녘 당산나무 아래서먼발치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흙먼지 일던 농롯길만 바라보며행여나 외할머니 모습 비칠까 늦도록 기다리던 날도 있었다. 외할머니 모시손수건에 싸여진 장날의 왕사탕이 그리웠고,외할머니를 기다리던 내 손아귀에는 얼레빗이 숨겨져 있었다.                              ㅡ 미루 ㅡ  가져온 곳..

그때 그시절 2005.07.10

[스크랩] 파란 비닐 우산을 팔던 아이

ㅡ 파란 비닐우산을 팔던 아이 ㅡ 비가 오면 신나던 아이가 있었다."우산 사세요""우산 사세요"파란 비닐우산 한묶음을 팔짱에 끼고길가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며손님에게 뛰어가 우산을 팔던 그 아이비가 오던 날이면 으례히 학교를 결석하곤 하였다. 우연히 수업을 파하고 돌아가던 길가에서마주친 그 아이의 얼굴은 부끄러워 빨갛게 홍당무가 되어있었다.산복도로 판잣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그 아이는그래도 비가 오면 신이 났다. 댓살이 닳도록 쓰고 다니던 파란 비닐우산간혹, 비가 오는 날이면어린 날의 파란 비닐우산과"우산 사세요"를 외치며 길가를 뛰어 다니던 빗속의 그 아이의 뒷 모습이 어우러져, 눈가에 맺힘은아마나도 조금씩 늙어 간다는 얘긴가.... 파란 비닐우산을 팔던 그 아이지금쯤 어디에서 또 다른 삶을 꿈꾸고 있을까..

그때 그시절 2005.07.10

[스크랩] 옛동무

ㅡ 옛 동무 ㅡ  생각나니?      칠성사이다와 삶은 계란 서너 개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김밥.                                                   골목어귀 가게 앞 외상으로 가져온 과자꾸러미 몇 개         리꾸샤쿠에 메고 소풍가던 날.          머언 길도 흥겹게 줄맞추어 노래부르며 올라 간            산 언덕배기 소풍터에             보물찾기하는 아이들 속에 파묻혀             낮 종일 신나게 놀던 그 날                                                    티없이 맑던 햇살에 뗏국물 반짝이던 옛 동무들아    생각나니?        칠성사이다 반 컵에도 배부르던 시절 ..

그때 그시절 2005.07.10

[스크랩] 말뚝박기 추억

ㅡ 말뚝박기 추억 ㅡ 햇살 따사로운 어느 날             동구밖 어귀에 아이들이 모였다.                기훈이,오열이,점생이,용아,만석이        떠들썩한 아이들 함성소리에                       아랫담 아이들도 꾸역꾸역 몰려 들었다.                      돌담에 머릴 쳐박고 말뚝박기 하던 날.                             용아의 궁둥이에 머리 쑤셔넣고 낑낑거릴 때                                   내 궁둥이엔 점생이가 쏘옥 얼굴을 들이 밀었다.                            돌담에 등 기댄 만석이는 '가위 바위 보'에 좀체로 이기질 못하고     아랫담 아이들은 말 타듯,     ..

그때 그시절 2005.07.10

[스크랩] 오래된 기억 하나

ㅡ 오래된 기억 하나 ㅡ  막다른 골목 끝    또래 계집아이들은 늘 그러하듯 고무줄 뛰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칙~폭 칙~폭 칙칙폭폭 칙칙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고무줄을 타고넘는 계집아이들 속을 헤집고            술래잡이 '영희' 속치마를 쳐올리며 "아이스케키" 소리치고 놀리며               구멍가게 할머니네 '순아'고무줄을 단박에 연필깎이 칼로 끊어              골목 모퉁이로 사라지곤 했던 개구장이 시절             그해 골목길은 저녁 해거름 되도록 노래소리 끊이질 않았었다.      오래된 기억 하나         그림처럼 와 닿는 오늘 저녁 해거름에             그해 골목길..

그때 그시절 2005.07.10

[스크랩] 추억의 국화빵

ㅡ 추억의 국화빵 ㅡ 동네 어귀 주전부리 가게 앞국화빵  그윽한 단팥내음에코 킁킁 거리며 동네아이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침을 꿀꺽이던 머언 날이 있었습니다. 황망한 바람 불고, 을씨년스런 이런 날이면문득추억의 날개를 펴고잊혀졌던 그 날의 흑백필름 한 장이 물컹 가슴에 와 닿습니다. 추억의 국화빵 함께 나눠 먹던그 겨울날의 동네아이들훈이명석이경숙이말숙이영희옥경이     희재 녀석..... 오늘 유달리 짙은 색깔로그 날의 주전부리 가게 앞 뗏국물 어린 모습의 추억이아이들의 깔깔거리던 웃음소리와국화빵 단팥내음 버무려져낡은 기억의 창틀을 두드립니다. ㅡ 미루 ㅡ 가져온 곳: [바람불어 좋은 날]  글쓴이: 김미루 바로 가기

그때 그시절 2005.07.10

[스크랩] 어린 날의 기생충 검사

ㅡ 어린 날의 기생충 검사 ㅡ                                             해마다 한번씩 기생충 검사를 하던 시절                                             그 날이면 학교에서는                                             속에는 똥을 담는 하얀 얇은 비닐이 담긴                                             겉이 누런 종이봉투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것을 선생님은 점잖게 '채변봉투'라 불렀지만                                             철없던 우리는 그냥 ..

그때 그시절 2005.07.10